반짝이던 밤
마토 | 코하
마토 |코하
눈이 내리던 밤, 크리스마스가 찾아오기 몇 시간 전의 크리스마스이브였다.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고 몇 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하이바라는 코난의 생일에 올해가 지나가기 전까지 해독제를 완성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게 되었다. 몇 개월 후 연말은 다가왔고 마음이 급해진 하이바라는 그 며칠 사이 무리하여 결국, 심한 감기에 앓아눕게 되었다.
그렇게 잠시 집을 비울 일이 생기신 박사님을 대신하여 아픈 하이바라의 곁을 코난이 지키게 되었다.
“바보 아무리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난 간간이 신이치로 돌아갈 수 있고 전보다 지속시간도 길어져서 완벽한 해독제는 기다릴 수 있는데 정말…….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침대에만 누워서 뭐 하는 거야”
감기약을 먹고 잠든 하이바라의 곁에서 미안한 마음이 든 코난이 중얼거렸다. 방에는 적막이 흘렀고 간혹 콜록거리는 하이바라의 기침 소리가 들리기도 하였다. 창밖에는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리며 아무도 없는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약속한 것을 못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미안하고 다급하게 만드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코난은 답답한 마음을 털어버리려 자신의 것과 함께 하이바라가 일어났을 때 줄 핫초코를 만들러 방 밖으로 나섰다.
그사이 방에서는 하이바라가 잠에서 깨어 창밖을 보고 있었다.
“눈……. 내리네.”
일어난 후 아직 열이 떨어지지 않아 멍한 상태인 하이바라가 중얼거렸다. 밖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여러 번 들린 후 방문이 열리더니 코난이 들어왔다.
“어 하이바라 깼어?”
“응, 보다시피.”
“그래도 타이밍 하나는 좋네. 너 일어나면 주려고 핫초코 만들어 놓았거든.”
코난이 하이바라에게 핫초코가 담긴 컵을 건네주었다.
“뭐야 나 핫초코는 달아서 싫어하는 거 알잖아, 당신.”
“네네~ 제가 그걸 모르겠나요. 여왕님. 그래서 다크초콜릿에 밀크 초콜릿 조금, 거기에
우유 비율을 좀 많게 했네요. 그렇게 달진 않을 거야. 그리고 너 아직 나 안 나았으니 이 정도 달콤함은 기분전환으로 괜찮을걸?”
코난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하이바라에게 설명해주었다.
그의 말에 하이바라가 푸훗하고 웃으며 참 고맙네, 누구누구 씨가 내 입맛을 잘 알다니 하며 받아 쳐주었다.
“아 문득 생각난 건데 이 핫초코 왠지 우리 같네.”
차분한 미소로 말하는 하이바라에 코난은 살짝 갸웃했지만 이내 무슨 뜻인지 이해한 후 살짝 미소를 띠었다.
“어둠 같은 다크초콜릿은 나, 빚처럼 하얀 우유는 너, 밀크 초콜릿은 그 아이들이려나?
아 지금은 이 핫초코처럼 너와 그 아이들에게 물들여진 것 같지만 말이야. 안 그래 쿠도군?”
“그럴지도”
꽤 장난스럽게 말하는 하이바라에게 코난은 그러세요. 같은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들었다.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잠시 고개를 돌리던 하이바라의 눈에 트리가 들어왔다.
“아, 저 트리 자기 전에는 없었던 거 같은데 당신이 해 놓은 거야?”
“뭐 그렇지 저거 옮기느라 애 좀 먹었어. 아직 별은 안 올렸지만 말이야.”
“저 별 내가 올릴래. 나 별 좋아하거든. 별은 항상 높은 곳에 있으면서 지켜봐 주는 느낌이라.”
“그렇게 해. 그런데 좀 의외네, 왠지 달을 더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아 그건 전에 언니가 해준 이야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 이야기, 꽤 기억에 남았거든. 아무든, 이 별 올리고 나면 다시 연구해야 해서 말이야. 이번 크리스마스이브는 좀 바쁘겠는걸? 물론 크리스마스도.”
하이바라는 덤덤하게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하이바라의 얘기를 가만히 듣던 코난은 마지막 말에 얼굴을 찌푸리며 말하였다.
“지금 장난해? 너 아직 안 나았잖아.”
“나 다 나았”
“내가 곁에서 간호하는 동안 이마가 불덩이였고 지금도 식은땀 나는 거 잘 보이니까 나았다니 뭐니 하지 말고 별만 올려두고 다시 쉬어”
“어머 곁에서 간호해줬다니 좀 감동이네. 그래도 지금 안 하면 새해 선물은 못 주겠는걸?”
“늦어도 괜찮으니 제발 네 몸 좀 아껴 하이바라. 사람 간호하는 거 은근히 힘들다고”
“당신이 힘들다면야. 별만 올리고 곱게 침대로 가야지.”
애써 웃어보려 하는 표정이 하이바라의 얼굴에 드러났다.
그런 하이바라에게 코난이 별을 건네주었다.
“자 여기 별.”
“고맙네요, 쿠도군.”
흥 하며 돌아서서는 신중하게 별을 올리는 하이바라의 모습에 코난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자 됐지? 별 올리고 침대로 왔어.”
“네네~ 잘하셨습니다. 나 나갈 테니 쉬어.”
그 순간 12시가 되었다는 알람과 함께 크리스마스가 시작되었다.
알람 소리만 들리던 방안에 정적이 흐르고 순간 마주친 두 눈동자는 트리의 전구를 켜 둔 탓에 더 반짝이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적을 뚫고 하이바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크리스마스네.”
“그러네, 방금까지만 해도 이브였는데.”
코난이 쿡쿡 웃으며 대답하였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둘이 보내게 됐네. 항상 그 아이들과 박사님이 같이 있었지만, 오늘은 내가 아픈 탓에 말이야.
아 있지 당신 나가기 전에 책상 위에 올려놓은 거, 가져가. 크리스마스 선물이랄까?”
하이바라도 웃으며 선물 이야기를 꺼내었다.
“하? 준다니 받지만”
“겨울에 없는 것보다는 나을걸? 요즘 사건 자주 생기던데.”
약 효과가 떨어졌는지 콜록대며 말하는 하이바라의 모습에 코난은 알겠으니 약이나 먹으라며 대답한 후 약과 물을 건네주었다.
크리스마스 선물 소식을 말한 후 감기 기운인지 원지 살짝 얼굴이 붉어져 있는 하이바라는 약 기운이 도는지 금세 잠이 들었다.
그렇게 잠이 든 걸 확인한 코난은 책상 위의 선물 포장을 뜯기 시작했다.
“장갑…. 이랑 편지?”
의외의 편지에 코난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TO. 쿠도 신이치 에도가와 코난인가.
당신 편지 보고 깜짝 놀랐을걸? 아무튼, 장갑이야. 요즘 부쩍 사건도 자주 생기고
스케이트보드도 자주 타잖아? 손가락 끝부분은 특수 마감 처리해두어서 휴대전화 만질 때
벗지 않고도 터치할 수 있을 거야. 특별히 생각해서 골라줬으니 별로라고 하지 않길 바라.
메리 크리스마스 쿠도
-하이바라 아이
정갈한 글씨체에 장난스러운 말과 진심이 섞여 들어간 편지에 코난은 살짝 미소를 비추었다.
“정말 할 말만 써놓았네. 뭐…. 그렇게까지 생각해 준다면야…. 그나저나 둘이 보내는 크리스마스도 나쁘지 않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코난은 침대 옆에 쭈그려 앉았다.
쭈그려 앉은 탓에 눈높이가 맞춰져 앞에 자는 하이바라를 지켜보다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코난의 얼굴에는 옅은 홍조가 서려 있었고 나지막한 한마디와 함께 잠이든 하이바라의 머리카락에 살짝 키스해주며 마음의 선물을 끝으로 방을 떠났다.
'메리 크리스마스 하이바라'
창밖으로는 눈이 소복하게 쌓이고 있었고 상대를 위하는 둘의 마음은 트리 위 빛나는 별보다 더욱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반짝이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