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탁. 치익…. 기름이 다 떨어진듯 라이터에서 불이 나오지 않았다. 그 모습을 멀뚱히 쳐다보던 코난이 한숨을 푹 쉬며 담배를 문 채로 고개를 비틀며 하이바라에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코난이 하이바라의 것에 제 것을 비비며 불씨를 옮기려 애썼다. 회색빛 잿가루가 된 부분이 투툭 털어져 들어난 불씨가 하이바라의 것을 함께 태워갔다.
이런 거리에서 서로를 마주본 것이 한두번도 아닌데도 하이바라는 숨이 탁 막혔다. 코난의 숨결, 체향과 탄내가 뒤섞여 어지러웠다. 그는 그런 생각으로 다가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코앞에 그의 얼굴이 다가오니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이었다.
“라이터 새거 사.”
“…그럴게.”
다시 코난이 하이바라에게서 멀어졌다. 그가 옮겨준 불씨는 여전히 하이바라의 담배 끝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하이바라가 시야를 가릴듯 말듯 하는 적갈색 앞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후우, 숨을 내뱉자 담배 연기가 푸른 하늘을 회색빛깔로 물들였다.
그 날 이후로, 그들은 꽤나 자주 옥상 위에서 담배를 태우곤 했다. 그것은 그들 사이에 다시 무언가 쌓아올려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고 서로를 서로의 밑바닥에 억지로 끌어내려 마주보게 만든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이바라가 코난의 옆모습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살짝 찡그린 표정, 하이바라와 만날때면 늘 안경을 벗어 그 자국이 남은 콧대,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쿠도 신이치의 얼굴로 변해가는 얼굴, 매캐한 담배 향이 베여있는 검은 가쿠란을 입은 코난을.
그리고 잿더미 속에 묻혀있을 제 사랑을.
하이바라는 그를 가엽게 여겼지만 감히 구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코난이 하이바라를 구원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파도를 헤치고 뗏목의 끄트머리에 손을 올렸기 때문이다. 코난은 그 손을 잡아 끌어올려 육지의 태양을 하이바라에게 보여줌으로서 그녀를 구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마치 뗏목을 타다가 폭풍우에 휩쓸려 무인도에 하이바라와 코난만이 떠내려온 것만 같았다. 다시 한 번 뗏목을 만들어 바다를 건너자니 다시 폭풍우가 몰려올까, 두려움이 엄습했다.
섬 주변은 처음 보는 것들 투성이에, 앞으로의 미래는 까마득했다. 하루를 넘기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것들을 이길 수 일을 정도로 하이바라는 용기 있지 않았고 코난은 상처 투성이었다. 그런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유한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무엇이든 하거나.
그리고 대체로 하이바라는 전자를 택하는 편이었고 코난은 후자를 택하는 편이었다. 이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들은 대체적으로 서로의 상극이었다. 각자의 삶의 굴곡이 너무나 달랐으니까.
쿠도 신이치가 탐정으로서 이름을 알릴 때에는 미야노 시호는 조직의 과학자였다. 그가 사건의 진상을 밝힐 때 그녀는 사건의 진상을 덮었다. 그가 선택할 때 그녀는 강요받았다. 그가 사람을 살릴 때 그녀는 사람을 죽였다. 끝내 그가 호흡할 때 그녀는 숨이 막힐 운명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평생토록 그 운명에서 도망치지 못할것도 알았다.
늘 그림자에서 도망치던 자신을 구한 그가, 운명으로부터 도망치지 말라고 했으니까.
-실

